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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막탄(Mactan)’의 아이들

헐겁게 개조된 1톤 트럭을 탄 사람들,

그들은 언젠가부터 불쑥 찾아와 사탕을 내밀었다.

우리 동네 꼬마들은 득달같이 달려가 손을 내밀고

연신 안녕캔디를 외쳐댔다.

옆집 친구는 덩치가 커서 다른 꼬마들을 모두 밀쳐낼 수

있었지만 오히려 사탕을 잘 받지는 못했다.

그들은 더 어리고 연약한 친구들을 좋아했다.

길 건너 사는 한 살 어린 녀석은

이 동네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했다.

지치지도 않고 트럭 뒤꽁무니를 쫒아갔고,

어떨 때는 올라타기도 했다.

무거워서-무서워서, 트럭은 곧 멈췄고

그 녀석은 사탕 한 봉지를 잽싸게 낚아채고

갔던 길을 돌아갔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그 사탕 배달부들을 좋아했다.

웃으면 웃어주고 손을 흔들면 같이 흔들었다.

다만 내가 당황했던 건 어느 아주머니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안쪽으로 돌아간 내 발목을 한참이나 바라보았고,

비쩍 마른 내 동생도 긴 시간 안아주었다.

눈물범벅으로 사탕 한 봉지를 내 손에 쥐어줄 때,

난 받지 않았다.

난 호탕하게 웃으며 앞집, 옆집, 뒷집 꼬마들에게

사탕을 뿌려버렸다.

그런 나를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눈빛을 받아넘기며

난 엉거주춤 물러서고 뒤뚱뒤뚱 돌아섰다.

가지 않으려는 동생의 손을 잡아끌며

야자 잎 사이로 난 빛의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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