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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해송海松의 갈증

파도는 늘 부딪혀 왔다.

그리고 사라져갔다.

절벽에 아슬하게 매달린 해송의 뿌리가

파도가 만든 구멍과 만난다.

그 구멍은 꾸준함의 결과였다. 뭍으로 가기 위한,

 

발을 헛디딘 해송海松은 난생 처음 짠물을 마셔버렸다.

긴 세월 떠돌던 염원이 잔뜩 농축된 물은 또 다른

염원과 또 다른 갈증을 만든다.

파도는 그 사이로 밀려들어오고 금세 사라져간다.

반복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해송은 가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발끝을 늘인다.

 

우연히 그 절벽의 빈틈으로 떨어졌던 그 어느 날,

매섭던 해풍과 차갑던 품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 날,

빛을 찾아 물을 찾아 그 작은 몸으로 손발을 뻗어내던

그 시절, 처음 맛보았던 물의 향기를 기억한다.

 

반짝이는 표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솟아오름과 가라앉음의 반복,

파도는 앞으로 가기 위해 늘 그렇게 방황한다.

겨우 부딪히고 사라져가기 위해

 

결국 절벽은 구멍을 메워버렸다.

파도보다는 늙은 갈증을 못 이겨.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03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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