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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자기소개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를 들어갔고, 6년 후 졸업했다.

또 어쩔 수 없이 중학교를 들어갔고, 3년 후 졸업했다.

당시 일반 고등학교를 선택한 건 그냥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3년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

원하는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배정 받지는 못했다. 그저 운으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등교 길은 나를 쉽게 지치게 했고, 아침을 싫어하게 만들었다.

아침밥은 왜 꼭 먹어야 할까. 힘겹게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교실로 들어갈 때면

담임은 꼭 아침밥을 거론하곤 했다.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친구들에게 시선을 받는 일이다.

유쾌한 녀석들은 쓸데없는 말도 쉽게 웃으며 하곤 했지만, 간혹 시도 때도 없이,

특히 간식이라도 걸리거나 수행평가에 반영될 때만 손을 드는 녀석은 대부분 친구가 없다.

그 녀석은 그게 뭐 대수라고 생각하는 듯, 여전히 필요할 때 손을 들지만 나는 필요할 때도

손을 들지 못했다. 나는 특별히 유쾌하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뉴스엔 매년 학교가 달라지고 교육이 새로워진다는데-얼마나 더 변해야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학교를 다닌 12년 간 놀라운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싫은 수업은 싫고 좋은 수업은 좋았다. 대부분은 선생님의 영향이긴 했지만.

특성화고로 진학한 친구 놈은 대학에 갈 생각이라고 한다.

나도 이제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맨날 진로를 정하라고만 하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해본 것이 뭐라고, 특별히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1부터 고3까지 일관된 장래희망이 좋다고 하는데 이미 글렀다. 신경 쓰지 않으련다.

그런데 담임은 어찌 내 속마음을 알고 진로 희망 사유에다가 그리 거창하게 쓰셨는지.

내가 그리 큰 뜻이 있고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진로 희망 사유에는 아마도 담임이 희망하는 학생의 모습이 담기는 듯하다.

3년 간 10개의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언제부턴가 자율동아리라는 것이 생겼고 스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친구들은 미친 듯이

동아리를 만들어댔다. 사람을 모으기 힘드니 무슨 영업사원처럼 같이할 친구들을 모집하곤 했는데

나는 특별히 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해서 대부분 같이 한다고 했다. 한 것도 없이 10개의 스펙이 생겼다.

기억은 없는데, 누가 물어보면 어떡하지.

정규 수업 이후엔 보충 수업 듣고, 자율학습 하는데 특별히 학습 계획은 왜 필요할까?

주어진 수행평가에 숙제만 하기 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굳이 계획을 세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꽤나 거창하게 적어가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 대부분의 방법들은 실행 전에 실패 했을 거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적과 스펙과 인성까지 갖춘 삼위일체형 인간들이 자소서에 넘쳐나는데 왜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는 그렇게 짐승들만 가득했던 걸까.

, 2때 조금 방황을 했었다. 그냥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 누구나 가지는 순간이 하필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온 것이다. 무기력에 빠져서 일 년을 보내고 나니 의미 있는 것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나의 성적은 의미 있게 하락했고, 돌이킬 수가 없다. 지금은 나보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도 많지만, , 과거여. 왜 하필 그 시점에 방황했는가.

한 번은 교내 대회에서 1등을 한 녀석이 교외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복도 많지. 생기부에 작성되지 않으니 그냥 2등을 달라고 선생님께 당당히 말하더라. 거참.

운도 좋지. 졸지에 내가 학교 대표가 되었다. 친구 잘 만난 덕에 얹혀서 교외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물론 가서는 꼴등이었다. , 잠깐이지만 난 학교의 대표였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 글자 수에 제한이 있었다는 것을 깜박했다.

급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을 입학사정관님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반말로 서술한 것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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