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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나 또한 싫다 내가 싫은 이유를 나에게 설명하는 네가 싫다. 나의 단점이 몇 가지인지 헤아리지 마라. 나에게 실망한 순간들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마라 너만의 어둠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나는 내 속에서 여전히 밝다. 내 속에선 너 또한 어둡다. 나 또한 네가 싫었던 순간들을 품고 산다. 내 어둠 속에 너의 조각들을 빠뜨리고 돌아보지 않는다. 굳이 무언가를 바랐다면 내 빛이 조금 밝힐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너의 어둠에 빠진 나를 꺼내어 내 빛을 더럽히지는 마라. 이제 나 또한 네가 싫다. 밤은 깊었고, 낮은 반복된다. 그 순환 속에서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 한밤중에도 좁쌀 같은 별빛을 보며 태양을 불러오고 깊은 바다의 어둠 속에서도 이끼 같은 푸름을 기대하지만 너와의 추억 속에서 찾을 수 .. 더보기
아름다운 이별 어미는 자식을 바라보고,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고, 자식은 부모를 바라본다. 자식에게 전셋집이라도 마련해서 장가보내려는 어미의 노력은 14살 쯤 사회에 내던져진 남편의 인생에 아무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쯤하면 되었거니, 고생 가득한 인생을 돌아보는 절름발이 아비의 판단은 22살 쯤 시댁에 보내어진 아내의 눈 속에 그 어떤 성취도 보이지 않았다. 장남은 기억 할 수 있는 나이 때부터 20여 년을 들어온 고성과 무의미한 몸부림들의 종착역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오해와 불신이 거름이 되어 눈물과 통곡의 나무가 자랐다. 진정 아름다운 이별이란 이별의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이별 이전보다 이별 이후의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 믿으며. 어미는 자식에게로 가고, 남편은 새로운 가정을 찾고, 자식은 여전히 부모를.. 더보기
그 자리 체온이 남았을까 어루만진다. 차가운 외로움이 손으로 전한다. 그 자리.. 그 옆자리.. 그의 자리.. 그녀의 자리.. 창을 내려도 소리는 적막하다. 공기는 순환하지 않고, 경적을 울려 봐도 전해지지 않는다. 낯선 이의 축구공이 부딪힌다. 시냇물이 들킬까 의자를 젖힌다. 꿈꾸는 이의 무심함으로 이해한다. 슬쩍 떠보는 눈 사이로 빈자리의 뒤통수와 눈이 마주친다. 이길 길 없어 돌려버린다. 더보기
가까운 이별_연안부두 가까운 이별_연안부두 이제는 허름해진 삼거리를 지나, 우측 바다를 보며 걷는다. 버스는 목표까지 가지만 굳이 두 정거장 미리 내렸다. 미리 내림으로써 미래를 조금 늦춰본다. 그는 이미 20분 전 육지의 땅을 밟았다. 계속되는 벨소리가 그 사실을 주기적으로 일깨운다. 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보다 천천히 걷는다. 그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다. 그는 아직 모르니까, 나만 준비한 건 연인 사이에 약간 '반칙'인 듯 하다. 상념의 틈으로 걸음이 빨라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 면접 기일이 다가오듯이.. 어떻게 말을 꺼내든 난 분명 서투르겠지 다시 바다를 본다. 자연히 시야에 담기는 연안부두, 가끔 배라도 결항되면 1시간 대기 동안 무던히도 걸었다. 멀리도 못 가고 삼거리까지, 또는 라이프쇼핑 앞까지 어쩌다 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