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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낯과 방 고개를 넘자 산 속에 둘러싸인 마을이 보였다. 끝과 끝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이다. 관광으로도 온 적 없던 외진 곳. 어렵사리 차를 세워두고 짐을 풀지 않은 채 걸었다 금방 둘러볼 수 있으리라 세탁소와 마트, 혼자 먹을 식당 정도만 봐두자 그런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무턱대고 인사를 한다 너희는 왜 나한테 인사를 하니 / 어른이잖아요, 누구세요 아, 이번에 새로 이사왔다 / 선생님이세요 그걸 어찌 알았니 / 딱 보면 알아요 유리창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왠지 알 것도 같다 아이들은 우르르 가버렸다, 물어볼 새도 없이 나도 그렇게 교실을 나왔던가 세탁소는 없었고, 조그만 슈퍼는 문을 닫았다 몇몇 식당 앞에서 어슬렁 거렸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곧 알게 되겠지 관사에는 세탁기가 없었다.. 더보기
고향 고 향 오랜만에 고향의 냄새를 맡는다.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달과 희미한 별과 그 앞의 시커먼 나무의 실루엣이 정겹다. 시골이지만 아파트는 높고, 어머니는 바쁘시다. 그 와중에 풍족한 저녁상으로 내 위장은 비명을 지른다. 좋지 않은 이유로 내려온 고향이지만 고향은 여전히 향기가 좋다. 큰 이유 없이 떠나기가 힘이 든다. 반나절 후, 타고 있을 버스가 벌써 밉다. 달이여, 서울에서 봐도 반가워주렴. 바람이여, 서울에서 날 맞이해주렴. 짧은 귀향에 안타까운 밤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