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썸네일형 리스트형 속 없는 밤 식탁 위에 밤이 한 가득이다. 마을 지천에 밤나무가 가득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식탁의 밤은 줄지 않았다. 주로 동생이 밤을 주워왔고, 아이는 그 밤을 싫어했다. 가끔 식탁 위로 손이 갔지만 밤을 먹지는 않았다. 밤길에 집에 갈 때면 발밑에 밤이 곧잘 채였다. 밤을 새고, 세며, 조금씩 곪아간다. 읍내가 멀어 시간 감각이 없어지곤 했다. 해지면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엄마가 왔다. 결국 밤은 익어버렸고 아이는 먹을 수 없었다. 밤송이를 가를 때는 늘 손을 조심해야 한다. 동생은 아이의 손에 난 피를 보며 가르치려 들었다. 잎사귀에 둘러싸여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들어갈 수가 없다. 아이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안해져 버린다. 밤은 여전했고, 그 날은 밤이 줄지 않았다. 더보기 혼자인 밤에 비가 내리면 걸어 들어가는 집의 황량한 길은 도통 나를 반기지 않는다. 잘 접히지 않는 우산은 내가 그 길을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엔 너무나 큰 창이 비가 내리고 있음을 전해준다. 밝은 비라도 싫으련만 굳이 밤에 비가 내린다. 혼자인 밤에 비가 내리면 누구나 누군가 그리게 될까 지나가는 그림자가 아쉬운 밤이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