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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모서리 그늘의 경계로 겨우 알아본다 기둥 너머 꿈틀대는 새끼고양이 집을 빙 둘러보았다 민들레와 쑥부쟁이가 모서리를 지운다 창문 너머 공간은 명암이 없다 햇빛을 받으려는 듯 주변 빌딩은 높아져갔다 그늘 속에 잡초들이 죽어가듯이 이 집도 숨을 멈췄다 고양이, 귀뚜라미, 무당벌레, 움직임이 다들 하찮다 아니, 그들이 사는 공간이 하찮다 그렇게 저 위의 사람들은 내려다보겠지 한껏 날이 선 모서리가 두려워서 나 또한 돌아섰다 더보기
갈증에 대한 반응 2 갈증에 대한 반응 2 손 현 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이 싫어 뒤를 없앴다. 난 벽에 붙어 있었고, 그들은 항상 나의 앞에 있었다. 공간이 넓어지면 으레 찾아오는 불안감에 조금씩, 조금씩 사적 공간(空間)을 줄여간다. 이제 우측, 좌측, 후방까지 안전하다. 다시 벽에 붙는다. 벽을 따라 걷는다. 벽을 타고 걷는다. 벽이 없으면 걸을 수 없어 벽을 지었다. 이젠 돌아서도 여전히 뒤에 벽이 있다. 안전한 공간에 누운 편안한 마음, 허기(虛氣)가 져서 문을 찾으니 사방이 벽(壁)이다. 더보기
갈증에 대한 반응1 갈증에 대한 반응 1 박 정 은 나는 머리 뒤에 눈이 없다- 알 수 없는 불안함. 그 공포는, 아니 나의 손끝은, 세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오롯이 이기적인 재단을 시작했다. 손끝으로 잰 세계 속은, 존재의 머리끝부터 발끝, 손의 크기와 다리의 길이를 담고 있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 세상은 나의 몸에 적확하게 맞았다. 그제 서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어둠 속 좌표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확한 세계는 그 어떤 아름다운 단어도 공간(空間)을 가질 수 없었고,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아 버려진 단어들은 혀끝을 맴돌다 불편한 갈증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단어도 차지할 공간(空間)이 존재하지 않았나- 아니, 세상에는 태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허(空虛)하다- 그렇게 온 세상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