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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 고양이가 힘껏 뛰었지만 새는 금새 날아올라 제 집에 틀어박힌다 나뭇가지 끝, 아슬하게 메달린 아지트로 고양이의 눈이 향한다 잠시 으르렁 거렸지만 이내 포기한다 엊저녁, 집에 가는 길 미친개가 쫓아왔다 동네에서 소문으로 듣던 그 개가 분명했다 물리면 미치거나 죽는다던 뛰었다, 힘껏 학교 체력장 때도 어슬렁 대던 내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허나 곧 막혔고, 주위는 어두웠다 가방을 손에 쥐고 좌우로 흔들었다 투우사 비슷한 심경으로 개를 직시했다 덤벼라, 덤벼, 난 안 죽는다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모를 소리를 뱉어내던 순간, 개는 크게 짖으며 달렸다, 각오와 달리 난 뒤로 넘어져 버렸고, 미친개는 건물 구석의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돌아오는 내나 뒤통수가 근질거려 몇 번이나 돌아보곤 했다 미친개의 몸에 붙은.. 더보기
개가 짖는 것이 싫다 개가 짖는 것이 싫다 어릴 적 골목에 들어서면 저만치 우리 집이 보이는데 원수 같은 개새끼가 내 앞에서 짖어댔다. 가고 싶은 발걸음은 그 한없이 독한 외침과 드러낸 이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붙박이가 되었다. 한참을 마주하다 지쳐갈 때 쯤 지나가는 큰 어른의 무심한 발길질에 나의 길도 열렸다. 아파트에 살게 되자 개들은 사라졌다. 나의 귀가는 한층 더 안정되었지만 가끔 아니, 자주 소리를 높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때 그 개들이 겹쳐보이곤 했다. 왜그리 화를 내실까, 주변은 잠잠한데.. 홀로 커진 목소리에 부끄러움과 원망이 샘솟았다. 그냥 좀 양보하시지, 그냥 좀 참으시지. 언제부터인가 주변이 조용하다. 누구도 아무도 없듯이 살아간다. 퍽퍽하고 막막하고 때로 화나지만 나또한 입이 없는듯 말이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