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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갈증에 대한 반응 2 갈증에 대한 반응 2 손 현 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이 싫어 뒤를 없앴다. 난 벽에 붙어 있었고, 그들은 항상 나의 앞에 있었다. 공간이 넓어지면 으레 찾아오는 불안감에 조금씩, 조금씩 사적 공간(空間)을 줄여간다. 이제 우측, 좌측, 후방까지 안전하다. 다시 벽에 붙는다. 벽을 따라 걷는다. 벽을 타고 걷는다. 벽이 없으면 걸을 수 없어 벽을 지었다. 이젠 돌아서도 여전히 뒤에 벽이 있다. 안전한 공간에 누운 편안한 마음, 허기(虛氣)가 져서 문을 찾으니 사방이 벽(壁)이다. 더보기
갈증에 대한 반응1 갈증에 대한 반응 1 박 정 은 나는 머리 뒤에 눈이 없다- 알 수 없는 불안함. 그 공포는, 아니 나의 손끝은, 세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오롯이 이기적인 재단을 시작했다. 손끝으로 잰 세계 속은, 존재의 머리끝부터 발끝, 손의 크기와 다리의 길이를 담고 있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 세상은 나의 몸에 적확하게 맞았다. 그제 서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어둠 속 좌표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확한 세계는 그 어떤 아름다운 단어도 공간(空間)을 가질 수 없었고,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아 버려진 단어들은 혀끝을 맴돌다 불편한 갈증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단어도 차지할 공간(空間)이 존재하지 않았나- 아니, 세상에는 태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허(空虛)하다- 그렇게 온 세상이 .. 더보기
한 때 친구 좀 가렵다고 긁었더니 딱지가 앉았다 좀 아프다고 싸맸더니 상처가 곪았다 시간 지나면 나으려니 흉터가 남았다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까맣게 잊었다 이제와 다시 흉터 주변이 가렵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