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큰 인과관계 없이 그 때가 떠오른다. 네가 술에 취해 밤늦게 찾아오던 날, 못이기는척 작은 방으로 들여놓던 날, 갖가지 원망 속에, 공상 속에 밤 새우던 날, 그 날 안아주던 차가운 공기, 구름, 희미한 별빛들 어느새 잠들어 버린 널, 조심스레 덮어두고 밤과 새벽 사이의 공기라도 날 뒤덮어 주길, 잠시 걸어본다. 지나치게 경사가 심한 언덕을 천천히 내려오자니 그것대로 힘들지만, 망상 속에 어지러운 머리로 이 언덕을 뛰어가자니 이 밤과, 이 공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음에, 억지로 시간을 늦추려는 듯 다리에 힘을 준다. 그 때 얼마나 걸었을까, 천천히 늦춰놓은 나의 시간과는 별도로, 자동차, 가로등, 새벽을 걷는 사람들은 정직한 시간을 이행하고 알코올을 꿈과 함께 날려버린 너의 시간은 오히려 조금 빨랐나보다...
2016.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