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 시점에
뜬금없이, 하지만 예정된 듯한
반성을 시작한다.
슬픔도 괴로움도 없이
약간의 후회만 가진,
그래서 별 의미도 없는
반성을 시작한다.
어른의 사고란 대개 그런 것인가
예정된 허나 갑작스러운 반성은
결국 배타적인 자세를 취한다.
놀랍게도
짧은 반성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보편적인 삶의 한 부분을
나는
대부분 타인에 대한 원망과
변화 불가능한 필연적 상황으로
결론지어지는, 무언가로 채우고 있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허나 오직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나는 어느 시점을 가위로 도려내고
풀로 이어 붙여 새로 그림을 그리고
오늘도 의미 없는 반성, 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나 자신을 보호한다.
대개 어른의 삶이란, 그런 절박함의 연속인가
또는 비겁함인가 아니면 그것은 슬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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