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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그 여름 그 길로_주금래 그 여름 그 길로 장마 비가 지나가고 해는 서쪽 산에 노을만을 흩뿌려놓고 짙은 어둠에 서서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구불진 길을 따라 털털털 오래된 경운기 소리가 들리질 않습니다. 마을엔 이미 달님이 비춰드는데 아비 모습이 어둠에 사라졌나 걱정이 됩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나가 보니 희뿌옇게 아비가 보입니다. 시름에 묻혀, 술에 묻혀 무심한 세월에 묻혀 휘청대는 아비의 모습입니다. 아비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구불구불한 길이, 그 좁다란 길이 마치 아비인 것 같아 서글퍼지는 길이었습니다. - 예맥야학 '주금래' 강학님의 시 더보기
서울을 떠나는 자에게_정호승 서울을 떠나는 자에게 정호승 서울을 떠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눈 내리는 서울이 아름답지 않다고 진실로 속삭이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는 그대의 새벽이 되기를 원하노라 나는 그대 가슴속 칼이 되기를 원하노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래를 부르며 눈은 내리고 오늘밤은 참으로 쓸쓸하다 무관심을 평화라고 이야기하며 이제는 서울을 위하여 기도하지 말라 눈 덮인 보리밭길 걷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겨울비 오는 골목길을 비에 젖어 휴지처럼 걸어가는 소년이여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오늘밤에는 강을 건넌다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_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