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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결혼은 해야지 -결혼은 해야지 마치 처음 꺼내는 듯 툭 던져지는 교묘함 -밥은 먹어야지 댐을 손가락으로 막는다 야지의 사령관은 늘 최소한의 문제인 양 ‘그래도’와 함께 공부는 해야지 학원은 가야지 대학은-취직은 야지야지 신호를 보냈다 수많은 폭격 속에서도 난 늘 ‘말아야지’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를 서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때론 암구호를 모르는 병사처럼 묻지마 저항을 했지만 결국 사령관님은 징계처리 실상 ‘해야지’는 ‘말아야지’를 동시에 수반한 명령이라 난 가끔 내 진지가 어느 쪽인지 햇갈려 엉뚱한 곳에 포탄을 날리기도 했다 역시나 징계처리 평온한 가정은 훌륭한 식사에서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더보기
그는 말하고, 나는 듣는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고 귀는 듣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왜 듣는다는 행위는 선택할 수 없을까 그의 말을 펼쳐 놓고 김밥을 자르듯 조각조각 내고 싶다 김밥은 예쁘게 말려있기라도 하지, 이건 뭐, 썰어놔봐야- 순간순간 올라오는 목소리를 꾸역꾸역 목 뒤로 삼켰더니, 오장육부를 죄다 채우고도 모자라 머리까지 차오른다 이젠 뱉어내야 할 터인데 그의 뚫린 목청으로 쑤셔넣고 싶은데 저 쉴새없이 움직이는 구멍에는 틈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없음을 알았을 때, 사람은 용기가 생기나보다 벌떡 일어서 버렸다 드디어 멈춘 그의 면전으로 겨우 한마디 한다 '계속 말씀하세요' 돌아서는 등 뒤로 여전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