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주의
다만 약간 늦었을 뿐인데, 혼자였다. 방향이 같으니 만나겠지, 가도 가도 그림자도 없었다. 얼핏 누군가 본 듯 해 급히 고개를 돌려본다. 가로수, 늘 거기에 있던. 설핏 시선이 느껴져 올려다본다. 푸드득, 새들이 날아간다. 항상 함께 하는, 까마귀. 다시 길고양이, 몇 마리. 하나, 둘, 셋. 내 갈 길이나 가자 더 늦어졌다. 재촉하던 발걸음에 침잠한다. 약간의 무중력, 몸은 가라앉지만 떠오르는 감각. 허우적대고 싶지 않다. 가만히 느껴 본다. 이 고독 속을 완전히 둘러싼 어둠. 외로움은 들어설 곳이 없다. 아, 이 평안함. 문득 정신이 들고 나는 걷고 있다. 아마 한참을 뒤쳐졌으리라, 조금 더 천천히. 몇몇이 지나쳐간다. 불러보고 인사한다. 천천히들 가시라고. 가시라고. 그만 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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