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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아들아 아들아 울지 마라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 애비라는 나는 네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탄생의 축복에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포기해야할 저질 같은 욕망들의 개수를 세며 내 지갑의 잔고를 비벼보았다 너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금씩 넓혔던 집 평수와 자동차도 뒤이은 불행이 닥치면 쉬이 너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가 대학에 떨어지던 해, 가장 슬펐던 건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포기해야할 작은 욕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들아, 울지 마라. 어차피 나는 그 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저 쉼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피 같은 돈을 쓰지 마라 하루에 그 녀석이 몇 번을 다녀가도 여전히 나는 망쳐버린 인생이다 아들아, 이제 그만 나를 보내고 잊은 채 살아가라 더보기
병원_윤동주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