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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모서리에 빠지다 늘 모서리에 서 있었다. 위태로운 날카로움 위에 서서 벗어나지 않은 채 줄타기를 이어갔다 그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종이에 베이듯 인식하지 못한 틈으로 상처들이 쌓였다 빨간 선이 겹쳐지며 강이 되고, 호수가 되고, 바다가 되었다 풍덩 밖에 서 있으며 느낀 안도감은 사라지고 온통 검은 면 위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이 되었다 색은 어둠 속에 묻히고, 검은 공간 속에 검은 바닥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내보았지만 모서리만 잠시 진동하다 멈춘다 검은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모서리가 없는 것인가 그 어느 경계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바다 위를 걷기로 한다 조용히 내려다보며 천천히 걸어간다 온통 까만 공간에서도 얼룩은 있었다 얼룩덜룩한 무늬들을 교대로 밟아갔다 두 손에 검은색을 담아본다 어두운.. 더보기
모서리 그늘의 경계로 겨우 알아본다 기둥 너머 꿈틀대는 새끼고양이 집을 빙 둘러보았다 민들레와 쑥부쟁이가 모서리를 지운다 창문 너머 공간은 명암이 없다 햇빛을 받으려는 듯 주변 빌딩은 높아져갔다 그늘 속에 잡초들이 죽어가듯이 이 집도 숨을 멈췄다 고양이, 귀뚜라미, 무당벌레, 움직임이 다들 하찮다 아니, 그들이 사는 공간이 하찮다 그렇게 저 위의 사람들은 내려다보겠지 한껏 날이 선 모서리가 두려워서 나 또한 돌아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