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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갑자기 달리게 된 여자 스무 두 살, 겨울에 그녀는 한 번 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잠시 도망갔던 시간들은 연로하신 부모님의 ‘끝’까지 버틸 수는 없었다. 낯선 사내의 텁텁한 품 속, 샤워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땀 냄새와 더불어 공간이 분할되는 기묘한 상상과 함께 혼례를 마쳤다. 흐르던 강이 갑자기 바다를 만나던 순간, 그 고요히 흘러왔던 긴 여정의 무의미함에 휘말려, 가지고 있던 모든 토사를 놓아버리듯 결혼은 그렇게 그녀를 살아가게 만들었다. 항상 흔들리던 다리는 굳건히 멈추었고, 갑작스런 홀어머니의 죽음에도 슬픔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다리를 땅에 박아 넣기 위해 크게 굴리며, 세상사람 다 들으란 듯이 공기를 토해내고 다시 공기를 마시며 떠다니는 독기들을 모아 가슴에 담기 바빴다. 작은 성공들이 반복되어 큰 .. 더보기
카레 그는 사흘째 카레를 먹었다. 사흘 동안 세 번의 식사를 했고 세 번의 카레를 먹었다. 카레는 나흘이 지난 상태였지만 여전히 며칠 분은 남아있었다. 나흘 전, 그의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다. 이제 이틀 후면 다시 그의 어머니는 비어 있는 자취방에 들어와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아마 지난 방문 때 넣어뒀던 장어나 낙지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사내는 밥을 챙겨 먹으라는 간단한 쪽지에 눈물이 났다. 매번 늦은 퇴근에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어머니 그 늙은 손으로 가득 채운 냉장고, 그 먼 길을 들고 오셨을 음식들 홀로 빈 자취방에서 음식을 하며 어머니는 어떤 근심을 만드셨을까. 근심의 무게로 밥알 하나하나가 무겁다. 사내는 밥을 최대한 아껴먹었다. 최대한 느린 속도로 이제 내일이면 오실 어머니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