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 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 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 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반응형
'문학&문화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뢰딩거 방정식_김병호 (0) | 2016.08.11 |
---|---|
영순씨를 기다리며 쓰는 연서_김병호 (0) | 2016.08.11 |
성에꽃_최두석 (0) | 2016.08.11 |
내가 사랑하는 사람_정호승 (0) | 2016.08.11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_오규원 (0) | 2016.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