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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호랑이의 추억

노력보단 재능, 재능보단 운의 문제이다

내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내 입맛의 변덕과 같은 그런 문제이다

 

쑥은 어릴 때 할머니가 곧잘 따서 주셨다

소화제라고,

그때도 나는 먹는 척만 하며

입안에 한참 머금다가 나중에 뱉어냈다

할머니는 등을 토닥여주시며

그래도 먹어봐, 하셨다

가끔 배가 고파 정신없이 먹다 보면

조금은 쑥이든 마늘이든 입안으로 들어갔겠지

그래도 그건 역시 운의 문제였다

 

대체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컸고, 그들은 작았다

그들은 무방비였고, 나는 무기가 있었다

나는 먹었고, 그들은 먹혔다

 

결국 나는 사람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서야

내 운이 다했음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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