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좋은 시

겨울 강가에서_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반응형

'문학&문화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거장에서의 충고_기형도  (0) 2017.05.19
전문가_기형도  (0) 2017.04.25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_이진명  (0) 2017.03.11
난 나를 본 적이 없다_이승훈  (0) 2017.03.11
팔당대교 이야기_박찬일  (0) 20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