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로

쌩쌩한 아버지 아버지는 일주일 간 낮에 일 하시고 다시 일주일 간 밤에 일 하셨다 회사가 쉬지 않고 가동되기 위해서는 사람도 아무 때나 쉴 수는 없었다 주간과 야간 근무가 교차하던 날 좀처럼 잠을 이루기 힘드셨던 아버지는 아침 밥상부터 소주를 올리셨다 술 마시고 자고 나면 개운하지 않다,던 아버지는 금새 '한숨 붙이려면 마셔야지' 라고도 하셨다 늘 빈집에서, 오직 일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꾸역꾸역 잠을 찾았다 꿈 속에서도 만날 사람은 곧 만날 김씨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영역 속으로 들어가면 안도의 반가움으로 젖어들었다 꿈은 두께가 얇은 벽이라 화장실 물소리, 구두 굽소리 때로 창 밖의 새소리에도 쉽게 허물어졌고 아버지는 다시 그 세계로 가기위해 얼마간 낑낑 거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벽을 얼마나 허물었을까 나는 아.. 더보기
선 채로 잠이 든다 선 채로 잠이 든다 무엇하나 생산하지 못하는 작업에 정신을 쏟아 붓는다. 진즉, 언제나, 옛 일이, 아직도- 그러하다. 예정되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때가 찾아온다. 움직임이 없는 눈동자에 노을이 지고, 끝나버린 연극에 커튼이 드리운다. 차양 막 너머 불그스름한 기운을 느끼며, 잎이 떨어진 활엽수들의 겨울처럼 선 채로 잠이 든다. 세계가 선 채로 정지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