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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파도 공기는 결국 물을 밀어냈다. 바다는 늘 고요했지만 하늘은 늘 창연했지만 이질의 경계는 늘 소란스럽다. 흔들리고 밀리고 돌고 돌고, 멀미 속에서 그대는 태어났다. 그대는 늘 떠밀리고 흔들려서 멈춰본 적이 없다. 그대의 울음도 늘 경계의 언저리에서 몇몇 힘 없는 존재들에게 들려왔을 뿐 하늘도 바다도 대수롭지 않았다. 그대는 그렇게 경계에서 나고, 조용히 죽었다. 허나 물은 결국 공기를 안았고 바다는 생명을 잉태했으며 하늘은 세상에 비를 내리고 갯바위 틈으로 새싹이 발아하는 기적과 함께 그대는 나고 죽었다. 더보기
큰집 큰 집은 바다 바로 앞이었다. 작은 방에 누워있으면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들려왔고, 물이 다 빠져나간 갯벌까지 맨발로 다녀올 수 있었다. 추석 명절에 맞춰 방문한 태풍은 바다를 육지로 실어 날랐다. 모래가 가득 담긴 쌀 포대로 둑을 쌓아봤지만 모래는 바다 편이었다. 바다가 무서워진 것도 그 때쯤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파도는 여전히 집 앞에서 틈을 보고 있었다. 뭍에 대한 열망, 그 끝없는 반복과 실패, 그 부서짐과 하얀 거품이 혈관을 옥죄여왔다. 보름달이 뜨던 날, 온종일 내리던 비와 새로 생긴 강과 만을 가득 채운 바다는 결국 서로 부둥켜안았다. 이산의 상봉, 그 격렬함 속에 큰 집은 가라앉았다. 해가 뜨고 비도, 강도, 바다도 다시 돌아갔지만 자식들은 여전히 TV 속, 냉장고 속에서 뒤엉키고 있다.. 더보기
해송海松의 갈증 파도는 늘 부딪혀 왔다. 그리고 사라져갔다. 절벽에 아슬하게 매달린 해송의 뿌리가 파도가 만든 구멍과 만난다. 그 구멍은 꾸준함의 결과였다. 뭍으로 가기 위한, 발을 헛디딘 해송海松은 난생 처음 짠물을 마셔버렸다. 긴 세월 떠돌던 염원이 잔뜩 농축된 물은 또 다른 염원과 또 다른 갈증을 만든다. 파도는 그 사이로 밀려들어오고 금세 사라져간다. 반복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해송은 가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발끝을 늘인다. 우연히 그 절벽의 빈틈으로 떨어졌던 그 어느 날, 매섭던 해풍과 차갑던 품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 날, 빛을 찾아 물을 찾아 그 작은 몸으로 손발을 뻗어내던 그 시절, 처음 맛보았던 물의 향기를 기억한다. 반짝이는 표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솟아오름과 가라앉음의 반복, 파도는 앞으로 가기 .. 더보기
[영상]파도타기 Shipstern Bluff 16th June 2016 from Dave Otto on Vimeo. 대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