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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어느 직장인의 일상 언제나 발을 질질 끌며 퇴근한다. 바닥과 신발이 부딪히며 내는 마찰음에 지나가던 할머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 표정, 그 얼굴에서 탈출은 조금 더 지연됐다. 온몸은 식었으나 양말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나를 반기는 집 안 공기 속으로 그 열기가 퍼져나갔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씻고 싶으나 씻기 싫었다. 몸에 남은 자국들을 씻어내고 나면 곧바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또 다른 자국들이 덕지덕지 붙을 것만 같았다. TV는 즐겁고 유쾌한 일과 남일 같은 걱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낯설음에, 차라리 채널이 돌아가는 찰나에 위로를 받는다. 불도 끄기 싫었지만 내일 뜰 태양을 위해 아니, 내일 뜰 내 눈을 위해 일단 껐다. 여전히 방 안은 밝았지만 긴 일과를 마칠 준비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할머니.. 더보기
네비게이션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고, 최선의 근처에 머물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혹사하고 있던 날, 갑자기 왜 이러고 있나 싶어, 왜 이렇게 사냐 싶어 책상의 서류 다 밀쳐버리고 중요한 약속마저 던져버린다. 어디론가 떠나보자, 차에 몸을 실어보지만 막상 거기서부터 진한 막막함을 느끼는, 그 왜소한 나를 직접 채근하지 못하고 룸미러를 통해 한심함을 전달한다. 인간아, 인간아. 너는 어디로 가고 싶으냐, 특별히 대답 없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너는 어디를 가보았느냐, 자연스레 시선은 네모난 네비게이션을 향한다. 최근 목적지들, 참 좁게도 살아 왔구나, 다시 한심스런 눈빛을 던져본다. 됐다. 출발하자, 시작이 반이라더라, 가자, 가자, 가고 보자. 각오를 되새기며 차를 몰아간다. 차라리 차가 말이었다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