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썸네일형 리스트형 남한산성 유난히 춥고 길었던, 그 해 겨울. 얼어붙은 강물에 걸음은 쉬이 미끄러졌고, 그 혹독함 속에 누구도 마른 낙엽 하나 줍지 못했다. 동상은 솜털처럼 비루한 몸 곳곳을 채워갔지만, 하얀 세상에 멀어버린 눈으로는 찾을 것이 없었다. 거대한 성벽이 우리를 가둔 채 곳간은 비어갔다. 작은 승리는 큰 산을 넘지 못했고, 해서 쉼 없이 산의 능선을 노려다 본다. 적(敵)이 아닌 사람이 저 너머에 있을까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가마니에 엉덩이를 비벼댄다. 우리의 숨바꼭질은 술래가 없었다. 그들은 훤히 불을 밝히고 지폈다. 따뜻한 화덕을 둘러싸고 핏기가 가시지 않은 육(肉) 고기를 굽고 있었다. 술래들은 우리를 찾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 단지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푸짐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진정한 의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