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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사과의 힘 어제 그 녀석이 사과를 한 후 마음이 더 복잡해짐을 느낀다.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 그렇게 진지하게, 사과를 하다니, 그렇게 사과할 녀석이 그 전에는 왜 그렇게 고압적이었는지, 사과할 생각이니 꼬장이나 피운 건지, 마치 전혀 다른 사람과 대화한 느낌, 나는 누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나도 같이 사과해야 하는 건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졸업할 때까지 버티면 되는 건지, 온갖 고민 속에 빠져있는 나에게 그 녀석은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듯, 더 이상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가와 말을 걸고 팔짱을 낀다. 그 어색함 덕분에 시간은 자꾸 더디게만 가고, 미칠 것 같은 답답함에 그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이제 나는 사과하고, 그 녀석이 도망간다. 더보기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_이진명 나는 나무에 묶여 있었다. 숲은 검고 짐승의 울음 뜨거웠다. 마을은 불빛 한 점 내비치지 않았다. 어서 빠져 나가야 한다. 몸을 뒤틀며 나무를 밀어댔지만 세상모르고 잠들었던 새 떨어져 내려 어쩔 줄 몰라 퍼드득인다. 발등에 깃털이 떨어진다. 오, 놀라워라. 보드랍고 따뜻해. 가여워라. 내가 그랬구나. 어서 다시 잠들거라. 착한 아기. 나는 나를 나무에 묶어 놓은 자가 누구인지 생각지 않으련다. 작은 새 놀란 숨소리 가라앉는 것 지키며 나도 그만 잠들고 싶구나. 누구였을까. 낮고도 느린 목소리. 은은한 향내에 싸여. 고요하게 사라지는 흰 옷자락. 부드러운 노래 남기는. 누구였을까. 이 한밤 중에. 새는 잠들었구나. 나는 방금 어디에서 놓여난 듯하다. 어디를 갔다 온 것일까. 한기까지 더해 이렇게 묶여 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