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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깜박깜박 급히 가려 고속도로를 탔다.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든 속력으로 매꿔보려고, 과속을 할 속셈이었다 차는 가다서다를 반복한다는 교통방송과는 달리 서다가다섰다. 주로 멈춰있는 고속도로 풍경은 꼭 시간이 정지한 상태와 같았다. 이 도로 위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로 이 정적을 채워나가고 있을까 시간의 틈을 메워보려던 시도를 포기하고 비어있던 생각의 공간으로 빠져든다. 와중에 `칼치기'를 시도하는 놈이 보였다. 너구나, 이 정체의 원인. 시야 속의 외제차를 찾아본다. 많구나, 경제가 어렵다며. 무작정 차선을 바꾸며 밀어붙이는 화물차. 깡패새끼네, 깜박이는 어디갔니. 당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순간, 경적이 울렸다. 돌아오는 정신의 속도 보다 자동차의 움직임이 빨랐다. 충격과 함께 드는 분노, 문을 열고 나갔.. 더보기
역지는 사지 나를 싫어하던 그 녀석도 무서운 건 있었다. 동네에서 두 살 많은 형, 어릴 적부터 덩치가 컸던 형은 여전히 두꺼운 팔로 위압감을 뿜었다. 내 뒤에서 끊임없이 뒤통수를 때리던 그 손이 멈춘 건 고작 그 형이 내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젠 내가 그 녀석을 싫어할 차례였다. 생각보다 그 놈은 힘이 없었고, 예상보다 그 형의 힘은 강했다. 쌓여있던 독기가 곪아 터진다. 나를 보는 줄도 모르고, 노래 불렀다. 그가 슬퍼하면 할수록, 춤을 추었다. 다들 즐거우리라 생각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