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반 쯤. 내려간다, 땅속으로 조금 간다. 매일. 천적을 피해, 땅 굴로. 약간 어둡지만 안전한 곳으로 지열은 미약하지만 나를 덥히고 햇빛은 다정하다. 스무 살 쯤, 그 집은 공포였다. 발을 디뎠으나 땅은 아니었다. 철골과 시멘트로 포장한 공중 감옥에서, 불안하기만 한 하루의 합으로 생을 영위했다. 좁은 상자로 음식을 나르듯 날아다니던, 그 시절,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자본은 자신보다 높은 것을 싫어하는 듯, 조금씩 나를 끌어내렸다. 난 땅이 좋았고, 땅에 발을 디딘다는 것이 좋았고, 안전한 곳이 좋았고, 한 번쯤 나무의 뿌리와 사는 상상도 즐겼고, 내려감에 취해있었다. 좁지만 복잡하지 않고 어둡지만 무섭지 않은 안식처는 동경해 바라마지 않는 로망이다. 어둑해진 저녁, 조금 더 어두운 그 곳으로 내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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