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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구름 해설_고은 술 깼어 2천년이나 묵은 동아시아 넋두리 하나 있어 생야 일편부운기요 사야 일편부운멸이라 더러 내 입에도 발려나와 이것으로 제법 세상을 얼러보았어 과연 그럴까 태어남이 살아옴 살아감이 한 조각 이는 구름이요 억울하게시리 세상살이 작파해야 하는 것 그것이 한 조각 구름 사라짐인가 상여 나갈 때 상여 앞귀에 내건 구름 운자도 황천길 가 저승 구름 되었다가 이승의 비로 내려온다는 그것인가 구름이라 구름이라 한 조각 구름이라 때론 상서로운 구름 자색 구름 때론 이팔청춘 푸른 구름 때로는 미친 구름 때로 달 묻어 흉흉한 밤 대궐에 무슨 변고 있을 구름이라 동아시아나 서아시아나 유라시아나 이따위 제 앞가리기 구름 노릇이다가 19세기쯤 한 허름한 영국 촌녀석이 하도 하도 구름에 들린 나머지 날이 날마다 구름 보다가 .. 더보기
태백으로 간다_고은 오늘도 내 발밑에서 고생대 화성암 층층의 억센 함구로 캄캄할 것 오늘도 내 서성거리는 발밑에서 바스라져 바스라져 쌓여 울부짖다 퇴적암의 굳은 포효로 캄캄할 것 어찌 이뿐이랴 오늘도 그것들의 길고 긴 변성암의 밤으로 지새울 줄 모르고 캄캄할 것 이토록 지엄한 암석의 하세월로부터 내 고뇌가 와야 한다 가버린 저쪽 내 고생대의 한 조각 화석으로부터 그 화석의 깊으나 깊은 잠의 수렁으로부터 절망으로 절망의 절망인 희망으로 깨어나 내 고뇌의 새벽이 오싹오싹 와야 한다 최소한 저 1960년대 10년의 밤들 그 불면으로 엎드린 밤들 울다 울다 울음 하나 남은 것 없던 내 가뭄의 갈비뼈 불질러 와야 한다 저 1970년대 10년의 날들 그 싸움 기슭 내 맹목의 살점들 지글지글 타던 모두의 숨찬 넋들로 새로이 와야 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