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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육 칼럼

[1화]개학과 입학, 그리고 첫 출근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2034239/

 

 

3월 2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입학 또는 개학을 한다.

방학식과 졸업식은 제각각이지만 이 첫 '시작' 만큼은 같은 날 이루어진다. 그 날, 나또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였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곳은 두렵다.  난 학생들만큼 긴장한 채 신입 교사 티를 팍팍 내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생소한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도태되어 멸종되어가는 생물처럼 한없이 작아졌던 그 날이 바로 첫 출근 날이다. 참으로 첫 출근은 어려웠다. 다른 공채 시험을 거친 직장과는 다르게 '교사'는 입사동기의 개념이 희박하다. 같은 학교에서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혹여 같은 학교에 배정되더라도 같은 신규 입장에서 다른 부서로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나누기에 너무 멀다.

 

잠시 과거로 가면 2월에 시행되는 '신규 교사 연수'는 고작 4박 5일 이었다. ( 요즘은 2일~3일 하는 경우도 많다.) 타직종에 비해 연수기간이 터무니 없이 빈약하고 부족하다. 속성으로 배운 학교 현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용고시에 출제되는 내용이 거의 전공에 편중되어 있는 점을 볼 때, 교사는 참 무지한 상태로 현장에 배치된다는 느낌이다. 또한, 첫 시작의 부담감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무리한 업무 배정이 흔하게 일어난다. 허술한 조직 문화를 가져 거의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비한다면 너무 갑작스레 전쟁이 시작된다.

 

다시 입학식 날로 돌아오자.

쭈뼛쭈볏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입학식이 진행된다.

새로운 학년도를 맞이하여 전체 학생들 앞에서 부장교사, 담임교사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나도 중학교 3학년 담임으로서첫 무대에 섰다. 1반 부터 한 반씩 차례로 담임이 소개되는 순간, 이 순간은 참으로 교사들에게 곤혹스러운 순간인 것 같다. 1반에서 조용하던 학생들이 2반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학생들이야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환호성을 유독 못 받는 교사들의 비통함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668916/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된다. 사진과 같이 참 막막한 시작이다.

입학식이 끝나면 바로 담임 시간이 찾아온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들어가야 하니 일단 들어가고 본다.

급히 들어가느라 출석부도 제대로 못 챙기고 들어갔다. 이미 2년을 학교에서 보낸 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수다를 떨던 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던 순간의 부담은 차치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수다를 이어갈 때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학급 운영에 대해 고민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답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스스로 답이 없는 상태로 거대한 학생 무리를 처음 상대하는 공포감은 생각보다 크다.

일단 집중을 시켜야 했기에 학생들을 부르려는데, 어떻게 불러야 할까, 라는 고민부터 생긴다.

"야!!" 라고 하면 좀 그런 것 같고, "학생들~"하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고, "저기요."는 좀 이상하고.

결국 어떻게 불렀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학생들이 멍청히 서있는 나를 보고 알아서 좀 조용히 해주었던 것 같다. 그런 눈치는 창의성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우선 내 소개를 한다. 이름과 나이를 얘기하고나니 특별히 더 말할 것이 없다. 구구절절 나에 대해 말하기도 뭣하고, 고향 정도 덧붙이고, 좀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의 그 적막이 두렵게 느껴진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피라니아가 단체로 물어뜯으러 덤빌 것 같은 느낌이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23287/

 

 

나의 초라한 인생 이야기는 결국 첫 인사에 몇 분 사용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할말이 없을 때 하는 말을 한다.

"질문 있는 사람?"

당연히 질문은 없다. 아는 것도 없고 호기심도 없으니 질문도 없다. 그 당연한 사실이 다시 나를 압박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데. 조폭 소굴에 실수로 들어가면 그런 느낌이 들까?(너무 비약인가?)

머리 속으로 엄청난 번민을 하며 억지로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른채 정신없이 떠들다보니 자연의 이치대로 시간은 갔고, 그 고통의 시간이 끝났음을 학교 종이 알려주었다.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첫 수업이 끝났음을.

 

학생들만 수업 시간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에게도 준비되지 못한 수업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다.

(어떻게 교사가 수업을 싫어하느냐고 비난할 지도 모르지만 직장을 좋아서 가는 사람이 극히 소수임을 기억하자)

요즘은 입학 첫 날도 거의 정상수업이라 그 가혹한 수업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 10분은 너무 짧아서 미숙함이 완숙은 커녕 보통만 하기에도 부족하여 같은 고통을 다시 인내할 수 밖에 없었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그 날의 모든 수업이 지나간 후였다. 참으로 초보스러웠고, 그 초보스러움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들켰다는 사실도 힘들었다.

부끄러움과 불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마냥 그러고 있기에 내일은 너무 가까워보였다. 우선 일을 하자. 근데 무엇을 해야할까. 할 것은 많았지만 무엇부터 해야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모든 일이 급해 보였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726965/

 

 

초보는 그래서 초보다. 일의 우선 순위가 정립되지 않았고, 다가올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말을 안 해주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준비를 해야했다.

교과서를 봤고, 학생들 명렬표를 보며 이름도 외웠다. 빈 교실에 들어가 정리도 조금 해본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 보내고 있으려니 하나둘씩 퇴근을 하신다. 이젠 물어 볼 사람도 없다. 첫 학교의 첫 출근에 첫 야근을 혼자 하고 있으려니 어찌나 서러운지. 그래도 조급한 마음에 차마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당직 기사님이 교무실로 찾아와서 집에 가라신다. 불 꺼야 한다고.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완고한 기사님의 자세에 눌려 쫒겨나다시피 집으로 돌아갔다.

아, 역시 새로운 시작은 어렵구나, 느끼며 알람을 7분 간격으로 몇 개씩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59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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