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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입수

하루쯤 떠나고 싶다
이틀은 부담스럽고, 오후 반나절에서
다음날 새벽 정도까지가 좋겠다
떠날 때 돌아올 길을 생각하지 않고
돌아올 때도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가벼운, 최대한 무감각한 하루가 좋겠다

환청처럼 들리는 다급한 소리, 울음 소리,
먼 한숨 소리 모두 소라 껍질 속에 가둬버리고
메아리가 메아리가 되는 현실 속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

굽은 허리와 처진 어깨도 쉬어라,
일어날 필요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중력에 기대자
누워서 뒹굴거리다 보면 목적지는 온다
그때 잠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보자

조용하고 어중간한 바다 속에서
그냥 하루만 머물다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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