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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좋은 시

태백으로 간다_고은

오늘도 내 발밑에서
고생대 화성암 층층의 억센 함구로 캄캄할 것
오늘도 내 서성거리는 발밑에서
바스라져
바스라져
쌓여 울부짖다 퇴적암의 굳은 포효로 캄캄할 것
어찌 이뿐이랴
오늘도
그것들의 길고 긴 변성암의 밤으로 지새울 줄 모르고 캄캄할 것

이토록 지엄한 암석의 하세월로부터
내 고뇌가 와야 한다
가버린 저쪽
내 고생대의 한 조각 화석으로부터
그 화석의 깊으나 깊은 잠의 수렁으로부터
절망으로
절망의 절망인 희망으로 깨어나
내 고뇌의 새벽이 오싹오싹 와야 한다

최소한 저 1960년대 10년의 밤들
그 불면으로 엎드린 밤들
울다
울다
울음 하나 남은 것 없던
내 가뭄의 갈비뼈 불질러 와야 한다

저 1970년대 10년의 날들
그 싸움 기슭
내 맹목의 살점들 지글지글 타던
모두의 숨찬 넋들로 새로이 와야 한다

이 모독의 지상 여기저기
내 석탄의 고뇌가 와야 한다

꽃 져라 잎새들 져라

바야흐로 나는 그런 날의 쓰린 빈속으로 태백행 밤기차를 탄다
추전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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