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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좋은 시

그 여름 그 길로_주금래

그 여름 그 길로


장마 비가 지나가고
해는 서쪽 산에 노을만을 흩뿌려놓고
짙은 어둠에 서서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구불진 길을 따라
털털털 오래된 경운기 소리가 들리질 않습니다.
마을엔 이미 달님이 비춰드는데
아비 모습이 어둠에 사라졌나 걱정이 됩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나가 보니
희뿌옇게 아비가 보입니다.
시름에 묻혀, 술에 묻혀
무심한 세월에 묻혀
휘청대는 아비의 모습입니다.
아비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구불구불한 길이, 그 좁다란 길이
마치 아비인 것 같아 서글퍼지는 길이었습니다.
                - 예맥야학 '주금래' 강학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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