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어가는 지구
올해도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의 도화선이
폭죽에 불을 붙이고
전 세계에서 터지는 샴페인에
지구는 잠시 후회했지만
사람들과 눈물과 웃음이 모두
뒤섞이고 엉켜있어
당최 말을 걸 수 없었다
울다가 웃고 다시 심각해지고
아직 흘러가지도 않은 시간에
휘둘리는 사람들
지구는 그냥 더 빨리 돌고 싶었지만
늘 그랬듯 정해진 하루의 양만
채울 수 있었다
늘 멈춰있는 태양을 새삼스레
새롭게 바라보는 그날, 그 요란함을
지구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새 해는 없는데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돌 때마다
갑자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보며
지구는 더욱 빠르게 자전하고 싶었다
그냥 다 우주로 날려버리고
빠르게 회전하는 발레리나처럼
혼자 우아하게 돌며, 우주를 누비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는 하루였고,
지구는 그날도 하루만큼만
하루를 채웠다
달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시끌벅적한 지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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