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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이른 비

이른 비

 

 

오랜만에 우산이 펼쳐진다.

자글자글한 구김이 흘러간 세월의 주름살 같다.

바빠진 장사꾼들의 얼굴은 젊음을 되찾는다.

 

언제쯤 3000원짜리 우산을 사는 마음이 가벼워질까

자연스레 많아진 지하철의 거렁뱅이들

그들의 눈빛과 목소리에 나는 화답하지 못한다.

 

오래 전 지구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수 천년 동안 내렸던 그 뜨거운 비를 생각한다.

 

식어버린 그 뜨거움을 바라보며 내 가슴의 열기를 느껴본다.

 

바쁘게 머리를 털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시 한 번 거렁뱅이들의 비어있는 소쿠리를 바라본다.

호주머니 속 텅 빈 지갑을 매만져본다.

 

아직 얼어붙은 땅에 조금 이른 비가 내린다.

 

오늘은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

벌써 봄이 오려나..

달력은 찢겨질 날만 기다리는 데

성급한 하늘이 먼저 봄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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