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화/나의 시
화재2
손아무
2024. 6. 3. 13:40
오래도록
가문 날씨가 지속됐다
풀은 생기를 잃어 흙빛이 되어갔고
가축은 마른 바닥을 긁으며 고개만 숙인다
사람들은 조그만 불씨도 무서워졌다
곧 화마가 닥치리라 떠드는 소리들이
마을 곳곳에서 커져 갔다
불길은 갑자기 피어올랐다
그 시작이 어디인지 몰랐지만
아무도 찾지는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기 때문이다
불은 계속 타올랐다
사람들이 동분서주했지만
강물도 말라버린 곳에
불을 끌 수단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숨소리에
불이 더욱 강해지는 듯 보였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에
불길이 터벅터벅 걸어 다녔다
사람들은 이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을이 모두 집어삼켜질 때까지
연기를 마시고 불을 토해내며
그저 즐기고 있었다
세상 곳곳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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