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화/나의 시
나는 네가 아니다
손아무
2017. 8. 31. 14:22
밀지마라, 당기지도 마라
앞서고 싶으면 나를 피해 달려가고
너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너의 역사를
답습하는 개가 되길 바라지마라
너의 실패가 곧 나의 실패라는
헛된 주장으로 나를 물에 빠뜨리지마라
나는 특별히 빛나고 싶지 않다
잔잔한 어둠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도
누군가는 걸어가야 할 길
나의 어둠에 감사하라
해가 뜨면 흔적도 없어질
너의 특별한 성공에
나의 밝기를 비추지마라
가을 낙엽도, 봄의 잔디도 특별하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달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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