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화/나의 시
선 채로 잠이 든다
손아무
2016. 12. 3. 15:29
선 채로 잠이 든다
무엇하나 생산하지 못하는 작업에
정신을 쏟아 붓는다.
진즉, 언제나, 옛 일이, 아직도- 그러하다.
예정되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때가 찾아온다.
움직임이 없는 눈동자에 노을이 지고,
끝나버린 연극에 커튼이 드리운다.
차양 막 너머 불그스름한 기운을 느끼며,
잎이 떨어진 활엽수들의 겨울처럼
선 채로 잠이 든다.
세계가 선 채로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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