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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출경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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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었지, 중국 땅은 넓으니까

바다를 건널 수도 있겠구나, 했었지

방향은 뭐, 더 올라갈 수도 없으니까

대충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일이라고 했어

간단한 장신구나 채소 같은 거

집은 따로 없어도 공동숙소에서 자면 되고

크게 멀리 갈 일도 없으니 몇 년

고생하고 바짝 벌면 두만강이

보이는 곳에서 살려고 했지

그 정도면 어머니도 보고 동생도 보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남조선으로 넘어온 건 도피였어

소문이 있었거든, 대사관으로 가면

한 숨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종착역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너무 오래 걸렸어

군인들은 한 시간이면 걸어갈 거리를

쳐다만 보며 산 세월이, 후회는 늘 끼고 살지

그래도 내년이면 자랑스레 떠벌리고 다니겠지

남조선도 별거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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