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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나 또한 싫다

 

내가 싫은 이유를 나에게 설명하는 네가 싫다.

나의 단점이 몇 가지인지 헤아리지 마라.

나에게 실망한 순간들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마라

너만의 어둠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나는 내 속에서 여전히 밝다.

내 속에선 너 또한 어둡다.

나 또한 네가 싫었던 순간들을 품고 산다.

내 어둠 속에 너의 조각들을 빠뜨리고 돌아보지 않는다.

굳이 무언가를 바랐다면 내 빛이 조금 밝힐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너의 어둠에 빠진 나를 꺼내어 내 빛을 더럽히지는 마라.

이제 나 또한 네가 싫다.

밤은 깊었고, 낮은 반복된다.

그 순환 속에서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 한밤중에도 좁쌀 같은 별빛을 보며 태양을 불러오고

깊은 바다의 어둠 속에서도 이끼 같은 푸름을 기대하지만

너와의 추억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시뿐이다

 

오늘은 가시를 빼내어 잘게 으깨어 씹은 후 삼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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