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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육 칼럼

[4화]죄와 벌

※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photo-2002990/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듯 학교에서 학생들이 벌을 서고 매를 맞는 모습은 학교와 관련하여 아주 쉽게 연상된다. 실제로 졸업한 학생들이 학교를 추억하며 되새기는 내용들의 상당 부분은 어떤 선생님이 무서웠는가, 언제 어떻게 맞았다, 등의 체벌과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떤 선생님이 수업을 잘했다, 라는 사실로 추억을 되새기지는 않는다. 힘든 기억은 쉽게 기억에 남고 약간은 자랑스럽게 되풀이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그럼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체벌하시는 선생님들이 남아있을까?

 

한 때는 체벌의 정당성과 부당함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남아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사람 되게 하려면 때려야 한다.”는 진영과 체벌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라는 진영의 싸움은 어찌 보면 당연히 후자의 승리로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은 경기도가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교에서 체벌을 없어진 것은 핸드폰 카메라의 발달과 무분별한 체벌을 일삼았던 일부 교사들, 스스로의 과오가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한 성격으로 규정되는 집단에서 일부 사람들의 과오는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 그 일부 교사들이 행했던 구타에 가까운 체벌이 녹화되어 인터넷상에 유포된 것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 속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결과적인 영상은 충분히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으며, 교사들은 통칭 사랑의 매를 들 명분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교육계 스스로의 잘못으로 체벌은 사라졌다. 이제 를 드는 교사는 거의 없다. 선배교사들이 조언한다. ‘절대 애들을 때리면 안 된다. 선생님이 다친다.’

 

이 후 교사들은 학생이 잘못할 경우 매를 드는 대신 벌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보통 앉았다 일어서기’, ‘엎드려뻗쳐등 신체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벌들이 많았는데, 당연히 인권적 차원에서 이러한 벌들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일이 선천적으로 용납되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러한 신체 고통을 유발하는 벌들도 사라져 갔다.(물론 조금은 남아있지만.)

 

이쯤 되니 교사들은 생활지도를 어떻게 하란 것이며, 잘못한 학생을 어떻게 대하라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유명무실하던 ·벌점제가 활성화 되었던 것 같다. 교사들은 잘못한 학생에게 벌점을 부여했다. 벌점의 항목은 다양하다. 지각, 복장불량, 수업준비 미흡 등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학생은 벌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마다 다르지만 벌점이 일정 점수 이상 쌓였을 경우, 통칭 징계를 받게 된다. 하지만 학교는 상벌점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벌점이 한가득 쌓여가는 학생들을 몇 명 되지 않는 학생부 교사들이 전부 조사하고, 징계하고, 사후 처리까지 하려니 도저히 물리적 시간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벌점에 의한 징계는 학생이 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바로 피드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여러 가지 사소한 항목들과 함께 처리되다보니 교육적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분노만 야기하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교사들에게도 학생의 직접적인 변화가 목격되지 않고, 벌점을 줘도 진행되지 않는 행정 절차를 보며 의미가 없다는 인식만 심어주게 되었다. 게다가 일부 벌점이 아주 많은 학생의 경우에는 어차피 벌점이 조절되지 않으니 그냥 막나가게 만드는 구실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 “벌점 받기는 너무 쉽고, 상점 받기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인가, 올해부터 상·벌점제도 완전 폐지되었다.

 

                                ※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검색

 

 

, 그럼 이제 교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는가.

 

교사들은 특정직 공무원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거대 집단이다. 숫자가 많은 만큼 다양한 교사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걸어왔던 인생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태도와 교육관 또한 다양하다. 그러니 다양한 교육적 처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신기하게도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측면은 거의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교육청에서, 학교에서, 학년에서 교사의 행동지침을 제시하기 때문인데, 행동지침의 내용을 보면 참 슬프다지침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책임은 교사 자신에게 있다.

2. 교사는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보고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어떤 사소한 문제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4. 어떤 경우라도 체벌 및 신체적 고통, 욕설을 가해서는 안 된다.

5. 학생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6. 그 밖에 대부분 안 된다.

 

, 다 안 된다. 과도하게 개입해서도 책임지려고 해서도, 그로 인해 속상해도 안 된다.

 

그럼 학생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학생은 정말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가.

 

장담컨대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니다.’ 라고 답할 것이다. 어른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아니다.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게 무슨 자유인가.

실제 수시가 강화되며, 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일탈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하고, 훨씬 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학교생활을 평가받는다.

 

이제 교사들은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를 언급한다. 그 내용도 참 웃기다.

학생에게 잘하라고 하는 교사의 협박 내용은 보통 생기부에 있는 그대로 적을 거야.”이다.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협박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니 너무 웃기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이 교사의 갑질이라고 비판하는 무리도 분명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갑질이라고 반박하고 싶다.

 

잠시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자.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씁쓸한 마음이 든다.

 

1. 차별받지 않을 권리

2.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3.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4. 두발, 복장 자유화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5.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

6. 양심·종교의 자유 보장

7.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8.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위 항목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저러한 권리의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느낌이 들며, 그 침해의 주체는 딱 봐도 교사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을 당시에 저러한 권리들이 시급한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조금 표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마치 학교(교사)와 학생들이 대립하는 관계에서 독립운동 하는듯한 느낌의 조례문은 이제 시기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언급된 권리들은 상위법에서 다 규정하고 있는 것이니 조금 더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권고문이 좋지 않을까.

 

학교는 학생들의 를 파헤치고 을 하는 사법기관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는 처벌해야 할 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변화할 수 있는 계기와 경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지 않을까. 물론 형법에 저촉될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까지 싸잡아서 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처벌이 두려워 지키는 규칙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닌 서로를 위해서 만들어 가는 규칙이 존재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서로에게 끈적한? 관계인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오직 처벌해야 할 와 시행할 만 남은 척박한 관계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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