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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육 칼럼

[2화]교사의 업무

※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593333/

 

 오늘은 학교에서 교사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역할에 따라 업무를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1. 부서원으로서의 업무

 2. 담임교사로서의 업무

 3. 교과 교사로서의 업무

 4. 그냥 떨어지는 업무

 

  부서원으로서의 업무는 학교에서 교사가 속한 부서의 업무로서 교무부, 학생부 등 어떤 부서에 배정되는가와 그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기피 업무와 선호 업무가 있으며, 연말에 다음 해 업무분장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교사들이 부서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여기는 부분은 아마도 누구와 함께 일 하는 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사실 교사들은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며, 그리 큰 관심도 없다. 자신의 일에 쫓겨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일까지 어떻게 관심을 가지겠는가. 가급적이면 해봤던 일을 하고 싶어 하며, 그것이 안 될 경우 함께 같은 공간에 있기에 편안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존에 있는 사람들은 대게 친분에 따라 부서가 구성되며, 새로 전입오시는 분들께서 빈자리를 채우는 형국이 된다.

  

    그런데 거대 기업도 아닌 학교라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왜 교사들은 이렇게 사람을 가릴까? 그 이유는 부서 업무의 특징이 어떤 사람이랑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양이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부서 안에서도 일은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능력에 따라, 또는 결혼 유무, 성격 등에 의해 한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양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은 특이한 학교 업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같은 부서이지만 공동의 목적이나 목표, 성과 같은 것이 없기에 공동체 의식은 저조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나는 항상 늦게까지 야근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는데 앞사람은 항상 칼퇴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러한 부서 내 갈등은 상당히 만연한 일로서 교사들이 직장에서 가지는 고립감과 외로움의 원천 중 하나이다.

  

  화제를 돌려서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은 학교라는 공간을 경험하지만 학교 내의 부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학생부장(학생주임)인 것 같다. 드라마와 웹툰 등에서 약간은 험악한 모습으로 꼭 한 번씩 등장하며, 한편으로는 교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권위적이며, 무섭고, 벌을 주는 강압적인 모습.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그 동안 학생부장님들께서 그만큼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증거이기에 진심으로 존경스런 마음이 생긴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아침에 일찍 나가서 등교 지도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두 번째, 담임교사로서의 업무는 학생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업무이다. 교사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학급 경영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생활 자체가 상당히 달라진다. 그렇다보니 학교에 쏟

아지는 민원들의 대부분은 담임교사에게 화살이 향해있다. 옆 반 담임교사와의 비교, 작년 또는 그 이전 담임교사들과의 비교를 통해 현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일은 허다하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을 얻는 것도 아니며, 동료 교사와의 관계와 학교의 방침도 고려해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업무이다.

 

  실제로 담임이 학급을 경영하며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한없이 적다. 거의 모든 문제를 학년부장 및 다른 담임교사들과 의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든 그 학급만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서로 아주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당위성을 찾기 때문에 학급에 따라, 또는 교사에 따라 기준이 다를 경우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문제가 커질 경우 대부분 담임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에 가급적 공유하여 책임을 분산시키고 관리자에게 보고하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교사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결정권, 그 권리에서 담임교사의 책무성도 함께 발현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로서 결정했기에 책임지고, 책임져야 하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학교도 공무원 집단이라고 민원을 두려워하다보니 이러한 성향을 이용하여 갈수록 교장 및 교육청에 자신들의 개인적 불만을 마치 공익적인 일인 양 신고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교사들은 책임지기 싫어하게 되고, 책임질 일은 미연에 하지 않으려 하게 되며, 책임을 질 권리도 사실 없어져 가고 있다.

 별 의미 없는 책임공방과 힘 싸움의 대가는 주인 없는 교실만 만든 것이 아닐까.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782427/

 

 세 번째, 교과 교사로서의 업무는 수업이다. 물론 수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교과별 특성에 따라 여러 행사를 주관하기도 하고 각 종 대회에 진출할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분야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의 업무에 대해 대중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임용고시 또한 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많은 예비 교사들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시 되는 이 업무는 앞의 두 가지 업무에 비해 학교 현장에서는 가장 뒷전인 업무이기도 하다. 그 사실은 많은 교사들을 좌절시킨다.

  재밌는 사실이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초과 근무를 할 때 수업 준비라는 명목으로는 초과 근무를 할 수가 없다. 내가 들은 이유는 그것(수업준비)은 혼자 집에 가서 준비하거나 당연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초과근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심심하면 바뀌는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아무런 준비 없이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극히 드물다. 의사가 내일 있을 수술 준비를 위해서 병원에 남아있을 경우 근무를 하지 않은 것일까,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서에 남아 자료를 뒤적거리고 있다면 근무를 하지 않은 것일까. 어째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주지 않는 것일까. 만약 일과 시간 중에 준비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업무가 없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답변하고 싶다. 일과 시간 중 남는 시간은 겨우 1~2시간 이다. 부서 업무와 담임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벅찬 시간인 것이다.

 

네 번째, 그냥 떨어지는 업무는 그 누구도 주인이 없는 업무 중 하필 나에게 떨어진 업무이다. 학교에는 이런 종류의 일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다. 기존의 분류체계가 담아내지 못하는 새로운 일들도 많고, 기존의 부서 분류 체계에 있었던 일들도 그 부서의 사정에 의해 다른 부서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일부러 떠넘기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일들은 보통 하기 싫은 일이다. 주인의식도 없고, 열심히 해봐야 보통 칭찬은 없고, 실수했을 경우의 책임만 크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일들은 주로 누가 가져갈까? 몇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부장교사들 중 가장 만만한 부장교사의 부서로 간다, 그리고 그 부서 중 가장 만만한 사람이 한다. 다른 경우는 관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부장교사가 일을 자처하고 그 부장의 오른팔? 또는 만만한 부서원이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그 일을 할 것 같은 사람에게 관리자가 그냥 시킨다. 하지만 안 할 수도 있다. 그럼 다른 사람 시킨다. 안 할 수도 있다. 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시키고 결국 누군가 마음 약한 사람이 한다. 더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대충 이런 식인 것 같다.

  또 다른 질문, 이런 일들은 꼭 해야 하는 일들일까? 학교의 기존 계획에 없던, 주인도 없는 일을 꼭 해야만 할까?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거론이 되지 않았을 테니 이런 일들은 거의 꼭 해야만 하는 일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일들은 교사들의 회의감을 불러오며, 관리자와의 관계에 불편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없어져야 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의 첫 해, 나는 부서, 담임, 교과 업무 모두에서 벅참을 느꼈다. 모든 일을 잘하려고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혼자 남아 하는 야근도 서러운데 혼자 남는다고 혼내시는 당직 기사님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결국 난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고, 포기할 일과 노력할 일을 분류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미진하거나 늦게 제출한 공문들이 별 문제없이 넘어가는 일들을 보며 나만의 마지노선을 정했고, 일의 중요성을 구분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일들은 상당 부분 참 쓸모없는 것이 많았다. 도대체 하는 사람들이 왜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면서 하는 일들이 많았고, 하나같이 없어져야 하는 일이라며 수행되고 있는 일들도 비일비재 했다.

 

  그 해 연말에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업무 간소화 계획이라는 공문이 내려왔는데 그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서 또다시 다른 업무가 생기는 모습을 보며 참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생긴 교무행정 지원팀’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과중하니 학교에서 교무행정 지원팀을 꾸리란 것이다. 문제는 그 교무행정 지원팀을 기존에 계신 교사들로 구성하다보니 교무행정 지원팀을 꾸리고 보고하고 처리하는 일만 더 증가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아닐까.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647323/

 

 

 

아무튼 돌이켜보면 역할에 따른 교사 업무 분류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업무를 한 번 분류해본다.  

 

첫째, 정확히 해야 하는 일.

둘째, 하긴 하지만 대충 해도 되는 일

셋째, 하면 좋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넷째,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하는 일

 

위 분류를 적용하여 대략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래와 같은 표가 된다.

 

분류

부서 업무

담임 업무

교과 교사 업무

정확히 해야 하는 일

부장님이 시킨 일

출결, 성적 관련

생활기록부 관련

예민한 사항

수업

하긴 하지만 대충

해도 되는 일

메신저로 전달된 일

상담 관련

진학 관련

각종 행사 전달 등

공개 수업

수업 장학

하면 좋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새롭게 시작하는 일

학급 경영 활동

학교생활 지도

기타 대부분의 일

교과연구회

수업 개선 활동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하는 일

교육청 및 외부 기관에 공모하는 일

다른 학급들과 비교

될 수 있는 우리 반 만의 활동

개별 학습 지도

완전학습에 대한 기대

 

 

 

위와 같은 분류 조건을 정리해보자.

 

정확히 해야 하는 일은 정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로 구성된 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다. 이러한 일들은 매뉴얼이 잘 보급되어 있고, 굉장히 수렴적인 일들,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오직 정확성이 가장 큰 미덕인 일들이다. 부서 업무 중 부장님이 직접 신경 쓰시는 일들은 100% 정확히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하긴 하지만 대충 해도 되는 일은 보고를 하거나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일들 중 퀄리티가 낮아도 되거나 아니면 퀄리티 자체를 평가할 수 없는 일들로 구성된다. 물론 나는 이 일로 분류하지만 그 일을 지시한 상대방은 정확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길 수도 있다. 입장의 차이는 있으므로. 다만 담임 업무에서 상담과 진학 관련의 일들은 퀄리티 자체를 평가할 수 없는 일, 즉 끝이 없는 일이며, 답이 없는 일이기에 이 부분으로 분류하였다.

 

하면 좋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기존에 없었으나 새로 시작하려 하는 거의 모든 일이다. 특히 교육청이나 상급 기관의 요청이 아닌 자체적인 열정으로 진행되는 일은 이 분류에 속한다. 이 일들은 진행할 경우 스스로의 자아실현과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만 학교에서나 동료교사에게 특별히 인정받거나 칭찬을 받지는 않는다. 애초에 목적을 거기에 둬서도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일이 잘못될 우려의 목소리와 기우에 가까운 걱정들 속으로 교사를 매장하여 일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분류에 속하는 일을 스스로의 의지로 생산해내는 교사는 극히 드물지만 존재한다면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은 일을 진행하고 나서 수습이 잘 안 되는 일 또는 주변으로부터 도움은커녕 비난받을 소지가 굉장히 높은 일들이다. 사실 그런 일들도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교사의 개인적 정신 건강을 위하여 가급적이면 안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일들은 사실 앞의 하면 좋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포함될 수도 있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863032/

 

  교사는 열정 페이(pay)를 많이 요구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큰 국가적 가치를 현장 일선에서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그 책무성이 작지는 않으나 우리 사회는 너무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지나친 열정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교사가, 교사라면 당연히,’ 등의 말들과 함께 따라오는, 수많은 요구와 비난 속에 그 어떤 항변의 장치도 잃어버린 채 무참히 교육부와 교육청, 교장과 교감, 학생과 학부모, 신문과 뉴스 등으로부터 요구되는 그 과도한 열정은 그나마 있던 열정도 모두 날려버릴 만큼 강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교사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역으로 다할 수 있을 만큼 업무를 줘야하며 오히려 주어진 업무 이외에 생산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주어져야 한다. 첫 해, 1년 간 200건에 달하는 공문과 수많은 행정 일들에 묻혀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으며, 교과서도 미리 못 본 채 수업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1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퇴근하고 7시에 출근한 결과이다. 초과근무도 제대로 달지 못한 채. 어떨 때는 전화를 받고 수업시간에 불려나가며 보고 공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해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이 썼던 글 중에 나를 아프게 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항상 너무 바쁘셔서 별로 인 것 같아요. 일만 하시느라 우리에게 너무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아요.”

나는 변명한다. 난 그 때 그 일들이 다 너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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